[취준] Google Software Engineer Interview 후기

Before I got a cold mail..

2022년 2월, 스타트업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막학기까지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니? 사실 나는 오랫동안 대학원 진학을 염두하고 있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막학기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웹 개발자를 해야할지 다른 도전을 해야할지도 결정을 못 한 취린이 그 자체였다. 사실 여러 채널을 통해 입사 제안을 몇 개 받았는데 대부분 고사했다. 면접 준비가 안 된게 가장 큰 컸고, 첫 직장으로 개발 문화가 성숙하고 IT가 메인 비즈니스인 규모 있는 회사를 가고 싶었는데 제안 받은 회사는 대부분 스타트업이거나 IT가 메인이 아닌 회사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늦은거 시간이 걸리더라도 준비를 더 해서 테크기업에 가자! 고 마음을 정리하고 세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생각한 바로 다음날 구글 리쿠르터에게 콜드메일을 받게 된다.

 

Who is Google looking for?

 

 

사실 메일은 1월달에 와있었는데 광고인 줄 알고 넘겼다가 뒤늦게 열어보고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헤드헌터가 아니라 구글 리쿠르터가 보낸 진짜 콜드 메일이었고, 포지션은 OS 개발, 사이트는 타이완이었다.

해외에서 OS 개발자를 하다가 국내에 돌아오면 이전 처우에 맞는 잡을 구할 수 있을까? 부터해서 어마무시한 타이페이의 집값까지.. 많은 걱정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구글이라는 두 글자에 이성은 마비됐고 포지션에 관심이 있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리쿠르터의 레퍼럴이 있는 지원 링크를 받았다. 생성 시점부터 10일간만 유효한 링크였다.

당시 내가 몰랐던 점은, 포지션을 제안 받았다고 해도 아직 인터뷰에 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면 리쿠르터에게 말해서 몇 주에서 최대 몇 달 연기할 수 있다. 온사이트 인터뷰에서 탈락하게 되면 다음 지원까지 6개월에서 1년의 쿨타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몇 달 미뤄서 확실하게 합격선에 드는게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물론 내가 지원하기 전에 포지션이 마감되면 기회 자체가 날아간다는 리스크가 있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바로 지원했는데, 만약 알았더라면 지원을 늦게 해도 괜찮냐고 물어봤을 것 같다.

 

Google Recruitment Process

1. Apply

2. 1st round of interview (1 coding session)

3. 2nd round of interviews (4 coding sessions and 1 behavioral session)

4. Team matching

 

구글의 채용 프로세스는 위와 같다. 경력과 포지션에 따라서 인터뷰 세부 내용은 다르다. 연차가 높을수록 알고리즘 세션의 개수가 줄고 도메인 기반 인터뷰나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가 추가된다. 팀 단위 채용에서 팀 매칭은 스킵되기도 한다. 인턴은 더 간소화된다.

해외 커뮤니티에 보면 구글 채용 프로세스가 개편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이 글을 쓰는 22년 6월 현재 아직은 알고리즘 인터뷰가 건재하며 빅테크 채용에서 이 트렌드는 꽤 오랫동안 더 유지될 것 같다.

 

1. Apply

취린이였던 나는 레주메조차 없었기 때문에 급하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외국계에 지원할 때는 1장(최대 2장)의 깔끔한 레주메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에 지원할 때 많이들 사용하는 노션 포트폴리오를 생각해서 알록달록 꾸밀 필요가 전혀 없다. 증명사진, 생년월일 같은 개인정보도 당연히 필요 없다. 오히려 있으면 이상하게 본다.

신입과 경력은 레주메 구성이 조금 다른데 경력이 없는 신입은 보통 다음의 순서를 따른다.

>> 졸업(졸업 예정) 대학과 학점, 인턴십, 수행 프로젝트

여기까지만 적어도 한 장이 충분히 나온다. 수행 프로젝트를 적을 때는 XYZ 프레임워크에 맞춰서 최대한 정량적으로 수행 결과를 표현했다. 구글 공식 유투브(https://youtu.be/BYUy1yvjHxE)에 가면 XYZ 프레임워크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나는 강조하고 싶은 수상 이력과 자격 사항이 몇 개 있어서 두번째장에 추가했는데 필수 사항은 아니다.

작성한 레주메를 리쿠르터가 전달해 준 링크로 제출했고, 만 하루 뒤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다.

 

2. 1st round of interview

폰스크리닝이라고 불리는 단계이다.

구글 미트에 접속해서 구글 닥스를 면접관과 공유하고 45분 동안 2-3개의 알고리즘 문제를 풀면 된다.

서류 합격 후 최대 5주 안에 폰스크리닝 일정을 잡아야 한다. 구글링 해보니 서류가 보통 2주는 걸린다는 글을 많이 봐서, 레주메 제출 후 최대 7주까지 시간을 확보했다고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서류가 하루만에 통과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 나는 Can you reverse linked list? 에도 버벅이는 노답 상태였기 때문에 최대한 준비 기간을 확보하고자 5주 뒤로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만사를 제쳐두고 인터뷰 준비에 매진했다.

응시할 언어를 미리 알려달라고 해서 JAVA를 골랐다. 주력 언어는 아니었지만 국내 기업들 중 백엔드 직무 코테 응시 가능 언어를 JAVA로 고정하는 회사가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준비할 겸 골랐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JAVA가 나쁘다기 보단 라이브 코딩 환경에서 Python이 월등히 편하다.)

암튼 언어 공부부터 해야할 것 같아서 컬렉션 프레임워크를 포함해서 내부 라이브러리를 이것 저것 써보면서 성능 이슈를 점검하고, 자료구조를 직접 구현해봤다. 구글 인터뷰는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서 CS 공부도 같이 했다. 그러다가 시간 조절을 못 해서 막상 제일 중요한 알고리즘은 몇 문제 못 풀고 면접일이 다가왔다. 문제 풀이를 거의 안 해본 상태에서 단기간에 알고리즘 실력이 크게 늘긴 쉽지 않으므로, 나처럼 발등에 불 떨어진 취준생이라면 거두절미하고 알고리즘 양치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면접관은 아주 친절했고 내가 잘 알아 듣도록 최대한 쉬운 영어를 사용해줬다. 문제는 리트코드 미디움 정도의 난이도였다. 열심히 언어 공부한 게 아까워서 설계할 때부터 시작해서 라인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면서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최대한 쏟아냈는데 면접관이 받아적느라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중간에 더 이상 설명 안 해도 된다고 하셔서 조용히 코드만 쳤다. 그러다가 금세 또 조잘대긴 했지만. ㅎㅎ 인터뷰 종료 후 시간이 오버됐는데도 질의응답도 성심성의껏 해주셨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따뜻하고 기분 좋은 면접이었다. 마지막 문제 엣지 케이스를 제대로 핸들링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긴 했지만 무사히 끝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풀어졌다.

다음날 점심을 먹는데 합격 메일을 받았다.

 

3. 2nd round of interviews

On-site Interview 단계이다. 이전까지는 이 지원자를 인터뷰에 초대해도 될지 점검하는 과정이었고 온사이트부터가 진짜다.

원래라면 오피스에 직접 초대해서 면접을 진행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폰 스크리닝과 동일하게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비행기 타고 가서 구글밥도 먹고 오피스 구경도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ㅜㅜ

온사이트는 폰스크리닝 합격 이후 3주 이내에 치뤄진다. 면접 일정을 시간까지 정확히 정해서 통보하는 국내 기업과 달리 외국계는 지원자가 원하는 날에 면접을 볼 수 있고, 심지어 날짜를 바꿀 수도 있다. (다만 이미지가 깎일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최소 일주일 전에 얘기해서 변경해야 한다.) 그런데 난 해프닝이 있어서 많이 미뤄졌다. 구글 채용 프로세스에서는 단계마다 recruit coordinator가 바뀌는데, 폰스크리닝 때는 인도인이었고 온사이트 때는 대만인이 배정됐다. 나는 recruit coordinator의 메일을 모르기 때문에 연락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2주가 넘도록 메일이 안 왔다. 그걸 또 나는 '어쩐지 내가 합격이라니 말이 안 된다 싶었어.. 다른 사람 뽑혀서 나는 무통보 탈락인가보다' 라고 혼자 생각하고 가만히 있었다. 알고 보니 딱 그 시점에 담당자가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 중이었고 일정이 그대로 3주 가량 밀렸다. 근데 여기서 끝난게 아니라 내 개인사정으로 중간에 한 번 더 미루고, 면접 당일에 면접관이 지각해서 또 밀리고... 그 와중에 staffing associate 는 미국인이라 시차가 안 맞아서 간단한 메일도 답장이 하루씩 걸리고.. 여러가지가 겹쳐서 가장 마지막 인터뷰를 6월 초에 봤다.

온사이트에서는 코딩 인터뷰 4개와 behavioural 면접 1개를 봤다.

폰스크리닝 때처럼 시간 관리를 못할까봐 온사이트를 준비할 때는 시간 관리에 초점을 뒀다. 구글 인터뷰를 준비하는 다른 지원자와 모의 인터뷰를 하면서 서로 문제 내주고 피드백해주면서 실전처럼 연습했다. 이 시기에 문제를 몇십개 풀었다. 그런데 공부를 할수록 자신감이 하락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알고리즘 종류가 너무 많고 난 햇병아리라는 걸 매일 느꼈다. 차라리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뭘 모르는 지도 몰랐던 폰스크리닝 준비 시기가 더 마음이 편했다. 구글이 아니라도 개발자로 취직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버텼다.

첫번째 인터뷰를 가장 못 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쉬운 문제였는데 한참 걸렸고 식을 잘 못 세워서 결국 힌트를 주셨다.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면접관이 처음에 자기 소개도 제대로 안 했고, 인터뷰 끝나고 질의응답도 안 받고 나갔다. 어쩌면 내가 너무 못 해서 더 이상 시간 투자를 안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코딩 인터뷰라고 들었는데 갑자기 이력서 기반 질문을 해서 놀랐다. 이거 끝나고 한동안 울적한 마음으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두번째 인터뷰는 쉐도우 면접관을 포함해서 2명이 들어왔다. 아직 트레이닝 받는 단계라서 그런지 면접관이 나만큼이나 긴장한 눈치였다. 다른 면접관과 달리 문제를 설명하는 시간이 엄청 길었고 상대적으로 문제 풀이에 많이 관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화하면서 이것저것 보완하고 풀어내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시간 복잡도를 잘못 설명한 것 같다. 이분은 시간을 정확히 지켜서 종료했고 질문도 받아주셨다.

세번째 인터뷰부터는 면접관들의 연차가 확 높아지고 인터뷰 진행 능력도 훨씬 좋았다. 인터뷰 프로세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부터 자기소개까지 먼저 해주셨고 나이스했다. 근데 문제가 하필 내가 제일 자신 없어하는 유형이 나왔다. 얼레벌레 풀었는데 workable 하지 않은 것 같다. 웹 개발자셨는데 정신 없어서 하고 싶은 질문을 다 못하고 나온게 너무 아쉽다.

네번째 인터뷰가 가장 어려웠다. 최적화 솔루션에 접근하는 것 까지는 빠르게 잘 했는데 초안을 짜두고 안 돌아갈 것처럼 생긴 라인이 있어서 그거 고친다고 낑낑대다가 시간이 끝났다. 나와서 생각해보니까 사소한 차이여서 더 아깝다. 이분은 서버개발자셨는데 내가 궁금했던 점을 마구 질문하고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가장 뜻깊은 시간이었다.

behavioural 면접은 Googleyness and Leadership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쉽게 말해서 인성 면접이다. 구글 인터뷰가 밀리는 동안 나는 아마존 인터뷰도 봤는데, 아마존의 LP를 준비하다보면 구글니스는 자연스럽게 대비가 된다. 구글니스는 LP만큼 구체적이지 않아서 내가 경험한 일을 진솔하게 잘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hypothetical 질문도 있는데 자기 생각을 가져가되 구글니스에 fit 하게 얘기하면 된다. 말을 제대로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엉망진창 브로큰 잉글리시를 써도 찰떡 같이 다 알아 듣는다. 오히려 면접관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는게 더 관건이었다. 피드백도 좋았고 편한 분위기에서 마무리 했다.

 

And then..

아직 결과가 안 나왔는데 이번에 구글의 하이어링 바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짧은 기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고 몇 달 전만 해도 시간 복잡도 계산도 제대로 못 하던 취린이는 단기간 급성장을 해서 타사 오퍼의 사인을 앞두고 있다. 결과랑 상관 없이 후련하다. 구글이라는 중압감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 싶다. 구글 인터뷰 경험은 내 IT 인생에 많은 자양분이 될 것 같다. 다음 번에 또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훨씬 잘 해낼거다 :')